간 이식(기증) 준비 단계 – 검사 소요 기간, 비용, 단계, 주의할 점 등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현재 나는 간 기증을 위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황이다.
간 이식, 정확히는 내가 기증자니까 기증을 위해 현재 준비했던 과정들을 기억에 기대어 작성해본다.
정확한 절차들을 다 기억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워낙 창졸간에 이루어진 일들이라…
서론
현재 기준 11일 전 목요일에 아버지께서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로 가셨다.
급성 간부전이라고 한다.
B형 간염에 의한.
그러고 나서 이틀 뒤 금요일에 간 이식을 진행해야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에 온가족이 모여서 기증 의사를 확인했다.
어머니께서는 나이 및 체구 등의 이유로 불가.
나랑 형이 검사를 받기로 했다.
의사를 확인한 후 의사에게 우리의 의사를 전했다.
수술 전 단계
1차 검사
화요일, 장기이식센터 쪽에서 기증과 관련된, 이식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그 다음 형과 나 모두 1차 검사를 진행했다.
심전도 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CT 촬영.
간 이식, 기증과 관련된 검사다 보니 간에 대한 지표를 보는 게 중요한 듯했다.
두 형제 모두 살집이 있는 편이라 지방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검사 결과는 서울대병원에서 빠르게 처리를 해주었는지 검사 당일 저녁에 나왔다.
늦어졌다면 다음 날에 결과를 받았을 것 같다.
병원 쪽에서 내가 기증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내가 2차 검사를 받기로 했다.
2차 검사
검사하는 게 훨씬 많더라.
수요일 오전에 채혈을 하고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혹시 입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해서 코로나 검사도 했다.
코로나 검사 너무 아프다.
면봉이 코로 나와야 하는데 뒤통수로 나오는 것 같더라.
아무튼, 오전엔 두 가지 검사를 하고 장기이식센터 상담실로 갔다.
가서 여러 가지 동의서 같은 걸 받았고 추가적인 설명을 들었다.
내가 강요받지 않고 자의로 기증한다는 증언? 증거?를 확실하게 받으려고 하더라.
그리고, 입원할 병실이 나오지 않는다고 위 내시경 검사를 외부 병원에서 최대한 빨리 받으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대항병원에 위내시경 예약을 했다.
워낙 내시경 쪽으로 많이 하는 병원이라 다행히 쉽게 예약이 잡혔다.
다음으로 복지사와 정신과 쪽 상담을 했다.
사회복지사의 경우엔 행정적인 처리를 위함으로 보였다.
물론 굉장히 상담사의 자세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내 처지를 모두 이해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안심을 시켜주려는 모습, 그것을 통해 혹시라도 내가 억지로 기증하는 거라면 의사를 철회할 수 있게끔 도우려는 것 같았다.
그 외에 경제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 등도 설명 받았다.
그리고 나서 정신과 상담이 진행됐다.
우울감 등등을 검사지를 통해 검사 받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내 경우엔 우울 증세가 조금 있다고 하더라.
혹시 몰라서 두 달 뒤에 다시 예약을 잡아주겠다고, 혹시 대화가 필요하면 방문하라고 해주셨다.
저녁에는 MRI 촬영을 진행했다.
거의 4~50분 동안 찍었다.
전날 잠을 잘 못 자기도 했고 하루종일 병원에서 왔다갔다 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반쯤 졸면서 검사를 받았다.
다만 MRI 기계 특, 계속 소음이 발생해서 꿀잠을 잔 건 아니다.
게다가 촬영하면서 반복적으로 숨을 참아야 하기에 의식만 잠깐씩 증발한 것 같다.
대개 숨 참는 것은 10초 내외 정도였는데 가장 길게 참아야 할 때는 조는 게 아니라 영원히 잠드는 줄 알았다.
목요일, 오전에 혈액검사와 대변 검사용 용기를 받았다.
용기가 있어도 용의가 없어서 바로 제출은 못했다.
다음 날 가져와도 된다고 해서 일단 가방에 넣었다.
오후에는 대항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위 내시경은 대략 30분 컷 한 것 같다.
회복 등등으로 변수가 있을 테니까 1시간 잡고 오면 되지 않을까…?
이래저래 해서 2차 검사 절차를 마쳤다.
의사 선생님과 진료
금요일, 1차, 2차 검사 및 아버지 검사 결과를 가지고 의사 선생님한테 진료를 받았다.
이걸 진료라는 용어를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 간 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하더라.
내 간은 괜찮다더라.
혹시 직전에라도 기증을 하기 두렵거나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적당히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들 묻고 끝났다.
이제 거의 수술만 남았다.
입원
일요일 오후에 입원했다.
금식은 자정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현재 6인실에 들어와 있는데 룸메이트들이 예사롭지 않다.
계속 딸깍 소릴 내는 사람, 끙끙 앓는 사람, 전화로 욕하면서 센 척 하는 사람 등등이 있다.
아주 재밌는 입원 생활이 될 것 같다.
이제 하루 뒤 아침에 배를 째고 간을 떼낼 것이다.
기증 전 단계 소요 기간
내 경우에는 입원 10일 전에 간 기증 의사를 확인.
2일 전까지 검사 및 상담 등의 절차를 모두 해치웠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동안 검사를 진행했으나 빠르게 처리한 편이라고 들었다.
기증 전 일주일 정도는 검사 단계 소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듯하다.
기증자 발생 금액(수술 전 단계)
기본적으로 기증자의 병원비는 이식을 받는 수혜자가 부담한다.
근데 가족관계라서 결국 우리 가족이 전부 부담하는 꼴이다.
1차 검사 비용이 약 65만 원 정도 나왔다.
나랑 형 두 사람이 1차 검사 받았으니 130만 원 정도 발생.
2차 검사 단계에서는 200만 원 정도 쓴 것 같다.
병원에 따라서 금액이 달라질 것이고 입원을 하거나 하면 더 올라갈 것이다.
그래서 병원 쪽에서도 1, 2차 검사 통합해서 250~300만 원정도 나오는 걸로 생각하라고 설명하더라.
간 이식 기증자 주의할 점
- 살이 쪄서 지방간이 있으면 기증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니 살을 빼두는 게 좋다.
- 거의 일주일동안 계속 병원에 다녀야 된다. 일상생활이 어렵다.
- 간 기증은 평생 한 번밖에 못 한다고 하더라. 당연한 소린가…?
- 기증 수술을 한 뒤로도 거의 한 달은 일상생활이 안 된다고 했다.
- 기증자의 덩치가 이식자보다 작으면 불리하다.
- 기증자가 근육이 많아야 수술 버티기에 좋다고 한다.
- 음모를 제모해야 하더라…. 상당히 허전하다.
우선 지금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다.
더 생각이 나는대로 추가하겠다.
마무리
이제 14시간 뒤에 수술이다.
사망률은 0.2% 정도이고 우리나라에선 아직 기증자가 사망한 사례가 없다고 한다.
내가 그 사례가 되지 않는다면 간 이식, 기증 수술 후기로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