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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有) 이전에 없던 조커, [조커] 리뷰

조커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제목에도 밝혔지만,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이니 아직 조커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광고만 누르고 뒤로가기 하기를 권함.

신나게도 DC가 일을 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신나게도 DC가 일을 냈다 그것도 아주 크게

DC가 드디어 일을 냈다.
아니, 사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
황금사자상을 받고, 로튼토마토에서 훌륭한 점수를 받고, 국내 커뮤니티들에서도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바로 조커 이야기다.
이번 조커 영화는 지금까지 수차례 다뤄졌지만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조커를 만들어냈다.
호아킨 피닉스의 힘도 있을 것이고 토드 필립스 감독의 힘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캐릭터성을 견고히 쌓아온 DC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DC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탄탄한 이야기. 매력적인 캐릭터. 울림을 주는 철학.
느금마사, 자살친구들, 혼자서 세상을 구할 수 있다 따위가 아니라.
조커 영화가 말하고자 한, 그리고 그려낸 이야기에 많은 내용이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 영화를 관통하는 단어가 뭐냐고 한다면 ‘외톨이’일 것이다.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이대로 놔두다간 끊임없이 덧나버렸기 때문이다.
천천히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

저스티스 리그 - 혼자서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얘만 깨우면 됐던 저스티스리그…

점점 고립이 되어가며 천천히 미쳐간다


아서가 조커가 되는 과정은 굉장히 관객에게 와닿는 서사를 지니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불쾌한 감정을 느낀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아서와 함께 미쳐가는 기분을 느꼈을 테니까.
괴롭지만 그래도 주변에 웃음을 주는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아서.
나름 직장 내에 친구도 있고 잘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러다 세상에 조커가 나타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상황은 다르지만 어쨌든 미쳐가는 조커

상황은 다르지만 어쨌든 미쳐가는 조커

‘문명인들은 예의 없는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 때문에 야만인들보다 더 무례하다’ 라는 말이 있다.
아서는 지하철에서 무례한 고담문명인들을 착한 고담시민으로 만들어주었다.
해피가 해피 바이러스를 고담시에 퍼트렸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덕분에 제2의 제3의 조커들이 착한 고담시민을 만들어냈으니까.

문명인들은 예의없는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 때문에 야만인보다 더 무례하다

우리 모두 무례하지 말자

이러한 사건으로 주변 상황이 조금씩 바뀌게 된다.
그리고 바뀌는 상황 때문에 아서는 불편한 진실들을 알게 되며 점점 고립이 되어간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이미 근손실이 많았던 아서는 고립운동이 아닌 복합관절운동을 했어야 했는데….
반대로 유복하게 자라다가 고립이 되어버린 브루스는 배트맨으로 올곧게 자랄 수 있었다.

보디빌딩은 고립이죠

고립은 물론 중요하다

각설하고, 직장에선 잘리고, 친한 친구는 통수를 친다.
엄마가 사경을 헤맬 때도 환한 미소를 짓게 만들던 머레이는 아서를 조롱거리로 만든다.(뭐래 이…)
아빠는 없고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었다.
그것도 가정 폭력을 일삼았던 의붓엄마.
본인 방금 이웃이랑 연인 되는 상상함 ㅋㅋ.
하지만 어림도 없지.
이웃아 나도 순정이 있다. 니가 이런 식으로 내 순정을 짓밟으면은 마 그때는 조커가 되는 거야!

고인이 된 머레이를 회상하는 조커

머레이를 회상하고 있는 조커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 조커


영화에서 아서는 정신병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정신질환 약을 7가지나 먹으면서 더 처방해달라고 할 정도다.
그렇다면 조커는 정신병으로 인해 생긴 악당일까?
나는 작중의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웃으며 조커 만드는 짤

명절에 조커 만드는 짤

고담시에서 약자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초반부터 보여준다.
싸구려 복장을 하고 있는 광대를 때리고 가진 것을 빼앗아가는 아이들.
감자튀김을 던지며 희롱하는 금융권 3인방.
조커에 감화되어 광대 가면을 쓰고 활동하는 이들을 비웃는 토마스 웨인.
가진자들이 참석하는 자선행사에서 그들이 보고 있는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던타임즈다.(모던타임즈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그리고 모던타임즈를 별 의식 없이 보면서 마냥 웃기만 한다.
아서가 그 화면 중앙에 있으면서 마치 그들이 보고 웃는 대상을 대신한다는 느낌도 주었다.

모던타임즈 치명적인 찰리 채플린

모던타임즈 치명적인 찰리 채플린

사실 아서는 아무나 다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냉혹한 살인마나 범죄자가 아니다.
내게 무례한 사람에겐 되돌려주고 잘 대해준 사람에겐 친절한 사람이다.
다만 고담시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례했을 뿐.
그래서 난 조커를 무례한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봤다.

무례함의 비용은 목숨 되겠습니다

무례함의 비용은 목숨 되겠습니다

이전에 없던 조커


지금까지의 조커들은 상당히 치밀하게 계획을 짜거나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지능적인 빌런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번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지능적인 빌런이기보단 순수한 광기를 잘 보여준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내게 잘못한 사람은 죽인다.
나한테 잘해준 사람은 살려준다.
증거인멸이나 신고에 대한 리스크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더 광기를 잘 표현한 것 같다.

누구든 작은 아서를 건드리면 X되는 거야

누구든 작은 아서를 건드리면 조커 되는 거야

또, 이렇게 조커 자체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없었다보니 조커의 소소한 모습들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화학 약품에 빠져서 미쳤다거나 입만 열면 과거에 대한 거짓말을 하거나, 아예 그 기원을 언급조차 않았던 기존의 조커들.
반면에 가정사부터 장래희망은 무엇이고 제일 좋아했던 연예인이 누군지까지 알려준 조커는 처음이다.
이런 묘사들을 통해서 관객에게 아서와의 공감대를 만들어주고 그 다음 미쳐가는 과정을 함께 겪으면서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계단 내려가는 씬에서 모두가 어떤 묘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가 확연히 다른 계단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가 확연히 다른 계단

무엇보다 호아킨 피닉스의 신들린 연기가 새로운 조커를 완성했다.
울부짖는 듯한 웃음.
속에 막힌 것을 토해내는 것 같은 웃음.
순수한 웃음.
남들이 웃는 것을 눈치 보고 따라서 웃는 웃음.
참고 싶지만 병적인 원인으로 나오는 웃음.
온통 아서의 웃음으로 가득찬 영화지만 상황마다 장면마다 전혀 다른 느낌의 웃음을 줬다.

웃고 있지만 우는 듯한 조커

웃고 있지만 우는 듯한 조커

또, 일반적인 캐릭터를 그려낼 때, 무언가 하나가 터지면서 우습던 인물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시작하면 쭉 카리스마 있는 모습만 보여는 식으로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조금 달랐다.
조커가 되면서 분장을 하고 염색을 하고 과감한 행동들을 하면서 폭발하는 카리스마.
하지만 드문드문 아주 여린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초반의 어눌한 행동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되지 못한 이미지가 아니라 그 캐릭터 자체라는 느낌을 줬다.

소름돋는 호아킨 피닉스 연기

소름돋는 호아킨 피닉스 연기

외톨이가 외톨이를 만든다


아서가 아서일 때도, 조커일 때도 그는 항상 외톨이였다.
스탠딩 코메디 클럽에서 농담을 들으며 남들이 웃을 때는 웃지 못하고, 웃지 않는 포인트에서 웃거나 남들이 웃는 것을 보고 나서 따라서 웃는다.
그는 이미 남들과는 섞이지 못하는 외톨이인 것을 묘사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야한 드립은 언제나 통한다

야…한… 드립…은… 언제나…

내가 조커에서 굉장히 흥미롭게 봤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조커로 인해서 배트맨이 탄생하는 것이다.
수많은 배트맨 콘텐츠에서 나온 장면.
영화를 보고 나온 웨인 가족이 강도에게 공격 받고, 마사의 진주 목걸이가 뜯어지며 총을 맞는 모습.

황금고블린.gif

황금고블린.gif

혼자 남은 브루스는 외톨이가 된다.
그리고 그 분노를 배트맨이 되는 것으로 돌린다.
DC 원작 코믹스중 킬링 조크나 플래시포인트 등을 봤을 때 배트맨과 조커는 서로 동일시 되는 묘사가 많다.
그리고 조커 영화에서도 마치 형제가 될 뻔한 상황 등등에서 그러한 설정을 가져가려는 것 같았다.
다만 히어로가 되느냐 빌런이 되느냐의 한끗 차이일 뿐.
배트맨은 나오지도 않는 영화지만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를 잘 그려내어 원작 팬들의 마음까지 잘 사로잡지 않았을까?

느금마사식 전개는 원작 코믹스에서도...

느금마사식 전개는 원작 코믹스에서도… 마 느그 아들 브루스 맞제?

열린 결말인가?


영화의 마지막.
갑자기 아서가 아캄 정신병원(이라는 묘사는 없었지만 고담의 정신병원이면 역시 아캄이라고 생각한다)에 잡혀서 면담을 하고 있다.
순간 설마 아시발꿈식 마무리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같이 본 동행인은 아시발꿈으로 해석하긴 했지만 내 견해는 조금 다르다.
아시발꿈 짤

아서가 엄마의 기록을 확인하러 갔을 때, 기록실 직원이 하는 말이 있다.
아캄 정신병원에 갇힌 사람들은 범죄자거나 그냥 미쳤거나 갈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고.
아마 우리가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세 가지로 줄여주는 고마운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엔 범죄자거나 갈 길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아캄에 잡혀온 것으로 해석을 했다.
그 근거는, 조커의 마지막 대사와 그 이후 이어진 장면이다.

정신병원에서 할리퀸 꼬시는 조커

정신병원에서 할리퀸 꼬시는 조커.. 될놈될이다

조커의 마지막 대사(엄밀히 말하면 마지막 대사는 아니긴 하지만), ‘재밌는 농담이 생각났다’.
코믹스 중 킬링조크에서도 후반부에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 그 의미는 배트맨과 자신이 똑같이 미친놈들이라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사가 나오기 직전에 브루스 웨인이 부모를 잃는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킬링조크의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 아니었을까?

킬링조크 마지막

킬링조크 마지막 장면, 조커의 개그에 배트맨도 웃는 걸로 똑같은 놈들이라는 묘사를 한다

다음으로 이어진 장면은 조커가 피로 물든 발자국을 찍으면서 나온다.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아서가 이제 발자국을 찍어가며(피의 발자국이니 아무래도 범죄자, 빌런의 길이라고 봐야할 듯) 나아간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그냥 미쳤기 때문에 망상증으로 방금 본인 조커되는 상상함 ㅋㅋ 결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시 조커가 빨간 잉크를 밟은건 아니었을까

혹시 조커가 빨간 잉크를 밟은건 아니었을까

조커는 전개부터 볼거리, 결말까지 굉장히 호불호(메불메)가 갈릴 수 있는 영화다.
전개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고, 아서가 미쳐가는 과정이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와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볼거리가 화려한 영화는 아니다보니 블록버스터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한테는 아쉬운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코믹스 원작 영화들이 일단 액션 쪽으로는 꽤나 훌륭한 볼거리를 선사했기 때문에 그런 기대를 품었던 관객은 아쉬운 영화였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결말이 조금 확실하게 잡아주는 게 아니라서 또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호불호 갈리는 자레드 레토 조커

메불메 갈리는 자레드 레토 조커

난 개인적으로 마블과 DC 모두 팬이기 때문에 조커도 굉장히 재밌게 봤다.
아서 문 좀 열어줘… 할 때는 피식 웃음도 나왔고(영화 이름이 조커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웃은 장면이다) 배트맨 탄생 장면에서는 ‘오.. 이게 이렇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부분들에서 DC 팬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게는 조커가 올해의 최고 영화로 꼽히지 않을까… 하는 호평을 남기며 이만 조커 리뷰를 마친다.
글에 공감했거나 재밌게 봤다면, 혹은 그렇지 않았어도 끝까지 읽었다면 원고료다 생각하고 광고 한번씩 눌러주고 가면 좋겠다.
그럼 이만!

조커 짤

금붕어는 원래 못 웃는다

돈자루를 들고 뛰어가는 황금고블린 마스코트 도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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