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호불호 센 리뷰(쿠키 영상, 스포)
오랜만의 블로금 글은 22년 3월 1일 개봉한 더 배트맨의 리뷰다.
나는 DC, 마블 코믹스의 오랜 팬이라서 뛰는 가슴을 앉고 3월 1일에 보고 왔다.
그런데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음….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세게 갈릴 것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보고 나서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뒤에서 천천히 이야기해보자.
거두절미하고, 재밌어?
재미라는 게 워낙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보니 딱 정해서 말하기가 어렵다.
일단 보편적으로 중간은 갔다고 생각한다.
특히 연출은 정말 잘했다.
뽕이 차오르는 장면들도 제법 있었고 영화 중반부까지는 와 오랜만에 DC가 한 건 했네! 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특히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
꼭 이렇게 길게 만들어야만 속이 후련했냐!
쓸데없는 장면이 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 것 같은 느낌.
DC 영화들이 종종 하던 실수를 답습한 면도 있었다.
제발, 하나에 집중을 해줬으면.
‘더 배트맨’ 이거 맞아?
영화 제목이 ‘더 배트맨’이다.
그럼 배트맨에 더 집중을 해줘야 하지 않겠어?
근데 너무 잡다한 내용이 많다.
배트맨과 메인빌런 정도만 빡 비춰줬다면 2시간 컷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맷 리브스 감독은 욕심이 좀 많았다.
러브라인, 복잡한 가족사, 현실성을 더해주는 설정, 다양한 빌런, 2탄을 위한 빌드업 등등.
나오는 인물도 많고 뼈대가 되는 스토리도 메인빌런이 리들러다 보니 정보량이 넘치는데 자꾸 뭘 더 퍼준다.
이건 과잉이라고 할 수 있다.
차라리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미숙한 배트맨과 잔뼈가 굵은 마피아 펭귄의 대립으로 찍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쓰잘데 없는 것들 다 쳐내고 말이다.
그렇다면 2년차에 힘들어하면서도 역경을 이겨내는 배트맨의 모습과 이번편에서 잘 보여준 액션도 충분히 녹여낼 수 있었을 듯하다.
배트맨이 왜 이래?
작중 배트맨은 이제 2년차의 초짜다.
하지만 초보 배트맨도 배트맨이다.
팬들한테는 ‘뱃신’이라는 애칭이 붙는 캐릭터다 이 말이야.
그런데 고작 리들러 하나한테 너무 휘둘린다.
‘영화 내내’.
여러 퀴즈를 풀어내지만 사실 배트맨이 먼저 알아차리고 막아내는 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계속해서 리들러는 피해자를 만드는 문제를 출제하고 그걸 푸는 데 급급한 배트맨이 전부.
내가 아는 배트맨은 이렇지 않다.
뱃신의 슈퍼파워는 초인스러운 신체능력이 아니라 그 엄청난 정신력과 추리력이라고.
애초에 배트맨은 ‘디텍티브 코믹스’, 탐정 만화에 나온 인물이다.
하지만 더 배트맨에 나온 브루스 웨인은 그런 면모를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내 이름은 배트맨, 탐정이죠…?
앞서 말했듯, 배트맨의 본질은 ‘탐정’에 있다.
그러나 더 배트맨에서 보여준 것은 탐정이 아니라 형사에 가까웠다.
경찰들과 대놓고 공조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 생소하다.
그리고 용의자를 찾아나가는 것도, 추리를 하여 범인을 특정해야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형사처럼 보였다.
리들러가 범죄를 저지르면 그걸 뒤쫓아가는 형국.
헛다리도 많이 짚고 제대로 된 추리를 잘 보여주지 않는다.
퀴즈나 잘 맞히는 정도?
그럴 거면 그냥 장학퀴즈, 1 대 100 이런 곳이나 나가라고.
심지어 막판에는 아예 감도 못 잡아서 리들러한테 조롱당한 뒤 다시 문제지 들춰보고 앉았더라.
주인공 맞냐….
진짜 주인공 맞냐고
이번 영화에서 배트맨이 해낸 게 뭐가 있나 의문이 들 정도다.
잘못한 게 없는 펭귄이나 패고.
시장, 경찰총장, 러시아 여자, 팔코네 아무도 못 구했다.
심지어 리들러 정체도 배트맨이 밝혀낸 게 아니라 리들러가 스스로 자수.
결국 리들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주인공 이용해서 원하는 걸 거의 다 이뤘다.
이 정도면 리들러가 주인공인 영화다.
제목으로 더 리들러가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제안하고 싶은 제목은 따로 있다.
바로, ‘더 배트맨 앤 블랙 프렌즈’다.
인종차별 아니냐고?
이 영화야말로 인종에 대한 가스라이팅을 하는 영화 아닌가 싶다.
배트맨을 돕는 선한 조연들은 모두 흑인이다.
썩어빠진 고담 경찰서에서 몇 안 되는 착한 경찰 : 흑인 고든
부패해서 뒤로 딴짓하던 시장의 대항마이자 진정으로 시민을 걱정하는 새로운 시장 : 흑인 여성 벨라 레알
매력적이고 약자를 돕는 히로인 겸 인기 캐릭터 : 흑인 캣우먼
야이ㅆ… 고든을 흑인으로 만들면 나중에 시리즈 잘 됐을 때 배트걸도 흑인으로 나올 거 아냐.
블랙워싱 좀 적당히 해라.
영화 보기 전에는 그냥 MCU에서 닉 퓨리 흑인으로 넣은 느낌인 줄 알았다.
흑인 캣우먼이 ‘백인 남성들이 다 해먹지 않냐’는 뉘앙스의 대사를 뱉기 전까지는.
어? 이거 한국 영화였어?
한국 영화/드라마 특) 갑자기 연애함.
아니 배트맨이랑 캣우먼이랑 언제 그렇게 정분 날 건덕지가 많았다고 그러냐!
내가 연애를 못해서 뿔이 난 게 아니다. 레알로.
물론 캣우먼 배역인 조 크라비츠가 매력적이긴 하더라.
그렇다고 해도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그러면 안 되지 임마!
러브라인의 감정선이 잘 이해되지 않는 요소였다.
어떻게 그 사이에 그리 애틋해질 수 있는 거지…?
아무리 원작에서 커플링이 되는 캐릭터들이라고 해도 납득할 수 있게는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원작 팬들이 보면서 흐뭇해하라고 넣어놓은 장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
원작 팬이라면 환장할 요소들
앞선 내용도 마찬가지지만 이 부분은 내 개인적인 의견이 더더욱 반영된 이야기다.
바로, 원작 팬의 시선에서 봤을 때의 문제점이다.
말 그대로 아주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요소들.
예컨대 고든과 캣우먼의 블랙워싱 같은 것 말이다.
캣우먼이야 이미 한 차례 흑인배우가 맡은 바 있긴 하지만.
먼저, 조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아주 짧막하게 후반부에 등장한다.
실제로 조커라는 표현은 없지만, 광대라는 말이나 광적인 웃음은 빼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표현방법이 많이 아쉬웠다.
리들러를 구슬리는 말투는 괜찮았지만 뭐랄까… B급 드라마 같은 느낌?
어설픈 웃음과 리들러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분위기가 조커스럽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리들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리들러라면 단연코 DC의 엄청난 지능캐다.
하지만 이번의 리들러는 글쎄.
그렇게 대단한 트릭과 수싸움을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계속해서 물고 물리는 퀴즈의 연계가 있지도 않고 단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도 쉽게 알려주는 이미지였다.
리들러는 들러리
더 배트맨에서 리들러를 움직인 동기가 너무 얕았다.
토마스 웨인이 약속한 걸 죽어서 못 지켰다?
그래서 고아들이 가난하게 자랐으니까 화가 났다?
그럼 죽은 토마스 웨인 무덤이나 파헤치지 왜 이번 영화에서의 행동을 했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을 억누르고 이해를 해보려 애써봤다.
리들러가 그럴만했다 치고, 최종적인 목적의식과 목표를 생각해보자.
영화에서는 팔코네의 행동이 공개되면 고담 전체가 패닉에 빠지고 큰 위기가 닥칠 것처럼 굴었다.
그런데 막상 팔코네를 리들러가 직접 쓱싹-해버렸다.
다음으로 신임 시장을 노린다는 게 메인빌런의 계획이라 이거다.
신임 시장을 죽이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그냥 시장 투표 없었던 셈 치고 새로 뽑으면 되겠지 뭐….
너무 임팩트가 없다 이 말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뭘 이루려고 했는지, 뭘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이해가 안 됐다.
차라리 팔코네가 입을 열게끔 만들고 그로 인해 고담에 혼란이 찾아오게 만든다면?
도시의 위기가 펼쳐지고 토마스 웨인에 대한 진실을 모두가 궁금하게 만들었다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토마스 웨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했다면?
그 아들을 사회적으로 괴롭혔다면?
그보다 더 앞서서 기존 시장과 새로운 시장 후보가 경선을 하고,
박빙의 상황에서 시민들이 새로운 후보를 지지하게 만든 뒤,
고담시에 새로운 희망이 떠오르려 할 즈음 새 후보를 죽인다면?
좀 더 파급력 있는 계획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단순한 내 머리로 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더 쩌는 악행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점이 참 아쉽다는 거다.
더 배트맨에서 배트맨과 그의 흑인 친구들을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 리들러는 들러리가 되어버린 느낌.
연출이 너무 좋으니까 시나리오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져서 그래
처음에 말했지만, 보편적으로 중박은 친 영화다.
재미가 없어서 썽내는 게 아니라 반대라는 말.
특히 연출은 쌍따봉을 내밀고 싶은 장면이 많았다.
카체이싱 장면? ㅁㅊㄷㅁㅊㅇ
깡패 뚜까패면서 ‘나는 복수다’ ㅁㅊㄷㅁㅊㅇ
차가 뒤집힌 탓에 배트맨이 거꾸로 보이는, 박쥐를 연상하는 모습? ㅁㅊㄷㅁㅊㅇ
리들러 지지자의 ‘나는 복수다’라는 문구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배트맨? 미쳤…냐? 이건 좀 급했지.
아무튼 더 배트맨엔 뽕이 차오르는 연출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누가 이 영화를 보겠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을 것 같다.
음향도 작살이 난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배트모빌 소리였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야수의 그르렁거리는 듯한 엔진음.
터프한 차량이라는 인식을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청각 정보로도 전달해주는 게 대단했다.
또, ost도 훌륭했다.
장면에 따라서 적절한 음악이 나와서 몰입을 더해줬다고 생각한다.
쿠키 영상은?
이거 참… 이걸 쿠키 영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근데 또 이렇게 말하면 궁금해서 꼭 보게 된단 말이지.
보려면 보시든지.
하지만, 내 욕은 하지 마라.
엔딩 크레딧 모두 올라간 뒤 아주 짧막한 영상이 있긴 하다.
근데 쿠키 영상 본 모두가 혀를 차면서 영화관을 나섰다는 것만 알아둬라.
이 부분은 글을 정리하면서 찾게 된 정보가 있다.
https://www.rataalada.com/
작중에 나온 유 알 엘 라타 알라다라는 문구로 유추한 url이 실재한다는 것.
마케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한다.
들어가서 퀴즈 같은 걸 풀 수 있고 보상도 있으니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마무리
더 배트맨은 미숙한 배트맨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고 들었다.
그걸 감안하고 봤을 때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한 요소가 오히려 컨셉을 잘 살린 장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상에서도 평이 많이 갈리고 있더라.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중반부 카체이싱까지는 캬- 뽕차죽어! 하고 있었는데 가족 얘기 나오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기 시작하더라.
호평 가득한 유튜브 리뷰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기도 하고.
보는 시각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나뉠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더 배트맨을 긍정적으로 본다.
어설프게 마블 따라하던 시절을 벗어나 DC에서 좋은 시도를 하고 있는 듯하니.
또, 배트맨의 근본적인 요소인 탐정, 느와르, 다크 같은 요소를 많이 넣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리들러라는 빌런을 활용하기엔 역량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그리고 영화 하나에 너무 많은 걸 욱여넣지 않았나.
다크나이트를 보고 뽕이 차올라서 비슷한 결의 영화를 지향한 게 패착이지 않았나.(이 부분은 내 뇌피셜)
PC를 노렸던 거 같은데 그 방식이 역하지 않았나.
이런 게 좀 그렇다는 거다.
결론적으로, 누군가가 나한테 ‘더 배트맨 볼까?’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을 하겠다.
배트맨을 좋아하면 보고, 큰 관심 없었으면 안 봐도 돼.
누군가는 다크나이트에 필적할 영화라고 극찬을 하더라.
절대 그정도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정도로 내 더 배트맨 리뷰를 마친다.
리뷰에 공감이 갔거나 도움이 됐다면, 혹은 그렇지 않았더라도 홈페이지의 광고 한 번씩 눌러주고 가면 고맙겠다. ㅎㅎ;
그럼 이만!
처음으로 보다가 졸아서 다시 봐야 했던 배트맨 영화
액션이나 연출은 멋있었는데 그마져도 잭스나이더 하위호환 같았던 영화
감독의 의도는 알겠으나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조잡해 보였던 영화
전 오히려 약간 터미네이터:다크페이트 같은 느낌이었어요.
모르는 사람은 괜찮다고 할 영화
아는 사람은 고개를 돌려버릴 영화
나쁘진 않은 영화 였어요.
배트맨 영화임에도 나쁘지만 않아서 문제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