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기증 수술 후기(?) 복강경 수술 후 2주 경과
지난 번 글을 쓴 뒤로 벌써 거의 3주 가까이 흘렀다.
다행인지 아쉬운 일인지 간 기증 수술 사망률을 올리는 역할은 되지 않았다.
수술을 한 후로 여러모로 괴롭고 번거로운 기간이었기에 후기를 못 올렸다.
이제 수술을 끝내고 2주 정도 경과했으니 그 이후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수술 전의 내용은 이전 글을 참고하시라.
간 이식(기증) 준비 단계 – 검사 소요 기간, 비용, 단계, 주의할 점 등
그래도 기간이 꽤나 흐른 뒤에 적는 것이라 내 기억에 의존하여 쓰는 리뷰라는 점 참고하여 글을 읽으면 좋겠다.
복강경 수술 흉터
배에 빵꾸가 한 네 개 났다.
그리고 하복부랑 서혜부 사이 팬티라인으로 길쭉한 절개가 생겼다.
배에 난 빵꾸는 시간이 지나면 흉터가 거의 안 보일 거라고 하더라.
하복부 쪽은 접히는 부위라 티가 안 나고.
사실 벗은 몸을 보일 일이 없어서 별 상관은 없음. ㅎㅎ;
수술 직후
내 경우에는 수술을 하고 나서 회복실에서 꽤나 오래 대기하고 있었다.
이번에 입원을 하고 있으면서 알게 된 것인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입원한 환자를 옮겨주는 시스템에 문제가 좀 있더라.
충분히 회복이 되었어도 전산 오류가 나면 한 시간 두 시간씩 방치되어 있기도 한다.
나는 수술 직후에 정신이 충분히 깨서 병실로 가야하는데 이송해주는 분이 안 와서 마냥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나중에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도 내가 제일 먼저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제일 나중에 옮겨주는 경험도 했다.
꽤 불쾌한 일이었다.
어쨌든 본의 아니게 충분히 쉬고 병실로 복귀를 하였고, 간호사분이 “왜 이렇게 멀쩡해?”라고 할 정도로 정신이 또렷했다.
물론 얼굴은 멀쩡해도 몸은 아픈 상태였지만….
수술 직후엔 정말 정신이 없었다.
못 참을 정도로 괴로울 때 스스로 주입할 수 있는 진통제 버튼을 주더라.
내 경우엔 한 15방 정도 쏜 거 같다.
마약성 진통제이고 많이 사용하면 안 좋다 그래서 최대한 참으면서 사용한 것인데, 나중에 떼어달라고 요청드리니 얼마 안 쓴 거라고 하더라.
잠에 들기 직전엔 진통제를 안 쓸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있었다.
내가 그래도 아픈 걸 꽤 잘 참는 편인데도 수술 직후에는 이렇게까지 아플 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을 하고 나서 6시간동안 잠을 잘 수 없었다.
계속 심호흡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의 후유증으로 폐가 접혀서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하지 않으면 폐렴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나보다 1시간 먼저 수술하고 돌아온 입원실 옆자리 할아버지는 폐렴이 생겨서 나중에 중환자실로 가셨다.
6시간 내내 보호자인 어머니께서 날 깨워주셨고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했다.
수술 다음 날
몸이 아픈 게 조금 가라앉았다.
여전히 아프긴 아팠지만 그래도 다른 괴로움을 자각할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수술 직후에는 몰랐는데 코를 통해서 위까지 관이 삽입된 게 그렇게 불편할 수 없더라.
난 처음에 비강 쪽에만 꽂힌 관인 줄 알았는데 목을 통해서 위까지 꽂힌 거라고 했다.
수술 부위가 아플 때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코에 꽂힌 줄은 다음 날에 제거했다.
아마 빨리 빼지 않았다면 이 관 때문에 미쳤을지도 모른다.
코줄(?)을 뺄 때까진 쭉 금식을 했다.
물 먹은 양도 다 체크하고 소변 나온 양도 체크해서 종이에 기입했다.
계속 수액을 맞아서 물을 많이 안 마셔도 소변이 많이 나오더라.
수술할 때 요도에 관(!!!)을 꽂아서 굳이 화장실에 안 가도 소변을 볼 수 있었다.
참 신기한 기분이었다….
수술 이틀 뒤부터
코줄을 뺐다.
식사를 시작했다.
밥은 우선 죽식으로 나왔다.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다 먹어치우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하지만 며칠 금식을 한 내 위가 많이 약해져 있었기에 다 먹지 못했다. ㅠ
소변줄도 이 즈음 뺐던 걸로 기억한다.
배고픔이나 몸의 통증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체가 앞으로 말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배에 힘을 주기엔 역부족.
누울 때마다 아팠다.
상체를 조금 세운 채로 누워야했다.
한 번 완전 평평하게 누워봤는데 폐기능이 약화되어 숨을 쉴 수가 없더라.
복부가 중력에 눌리는 걸 이겨내지 못해서 호흡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몸의 괴로움이 좀 줄어들었더니 그 다음엔 열이 문제더라.
위에서 말한 폐가 접히는 문제 때문에 몸에서 열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래서 숨을 쉴 때도 최대한 심호흡으로 폐에 공기를 채웠고, 호흡기? 호흡 운동 기구? 같은 걸 꾸준히 사용했다.
처음 받았을 때는 기구에 있는 공 세 개를 다 들어올릴 수 있었는데, 수술을 하고 나니까 1~2개밖에 안 올라가더라.
답답했다.
특히 밤만 되면 열이 더 많이 생겼다.
38~39도를 왔다갔다 했고 아이스팩을 겨드랑이, 가슴팍, 이마에 대가면서 쿨링을 했다.
호흡기도 사용하고.
열이 심하게 오르니까 잠을 못 자고 환각 같은 게 보였다.
병원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누군가한테 잡혀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랬다.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열이 좀 내리고 나니 착각, 공상이었던 것들도 있었다.
사람이 미치면 이렇게 되겠구나 이해가 갔다.
입원한 기간 거의 내내 밤마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수술 이틀 뒤에 산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간 기증 수술 환자라서 하루 정도 더 쉬고 걸으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 선생님 말을 잘 듣기로 했다.
운신이 가능한 정도가 된 후
산책은 거의 수술 3일 뒤부터 시작했다.
의식적으로 호흡 운동 기구와 산책을 열심히 했다.
빨리 회복해서 빨리 퇴원하고 싶었으니까.
운동 수행 능력이 많이 회복된 것 같을 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병원 밥을 도저히 먹을 수가 없더라.
뱃속이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복부팽만감인가? 하면 그것보다는 압박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 즈음부터 배에 꽂힌 관 주변에서 피랑 체액 같은 게 많이 새어나왔다.
환자복이 크게 젖을 정도로 새더라.
그래서 나는 혹시 복수가 차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원래 간 기능이 안 좋아졌을 때 복수가 차기도 한다고 해서….
주치의 선생님이 회진 오셨을 때 물어보니까 아니라더라.
머쓱;
그래도 외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병원 밥은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날 정도가 됐다.
그래서 빵 조각 좀 주워먹거나 과일 같이 향이 강하진 않지만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서 버텼다.
이런 문제가 생긴 원인은 아직도 모르겠다.
수술 후 일주일 뒤 퇴원
월요일에 수술을 했고 그 다음주 월요일에 퇴원했다.
회복이 빠른 편이라고 들었다.
여전히 수술 부위에서 누런 체액이 줄줄 새고 있었지만 원래 그런 거라는 설명을 들었다.
수술 이후로 계속 복대를 착용했다.
병원에서 샤워는 수요일쯤 하면 된다고 했다.
퇴원하고 돌아와서 여전히 밤에는 열이 났다.
열 때문에 계속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했다.
씻지 못하고 복대를 맨살에 계속 해서 그런가, 복대 모양대로 벌겋게 피부에 트러블이 생겼다.
따가우면서 동시에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작은 개미들이 계속 물어뜯는 고통.
수요일에 바로 샤워하고 약국에서 피부 연고를 사와서 발랐다.
생각보다 금방 가라앉았다.
한 이틀 정도?
퇴원 후 지금까지 생활
밥 먹고 소화되면 산책.
산책하고 돌아와서 쉬다가 식사.
밤에는 취침.
이런 단순한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병원에서 설명하길 적어도 1개월은 회복에만 전념하라고 했다.
여전히 복부에 불편감이 크고 뱃속이 부어있으니 확실히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복대는 2주가 지난 지금, 굳이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불편감, 허전함이 느껴지면 착용하란다.
그래서 요즘엔 간헐적으로 복대를 하는 편이다.
먹는 건 양이 좀 줄어들었다.
물론 많이 먹으려면 많이 먹을 수 있지만 뱃속이 부어서 그런지 식욕은 좀 감소한 것 같다.
산책할 때 걷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수술 전에 30분컷 가능했던 거리를 퇴원한 직후엔 1시간 걸렸는데, 지금은 50분 정도 소요된다.
조금씩 몸이 회복되어 간다는 걸 느낀다.
여전히 배에 불편감이 있어서 잠은 중간에 계속 깬다.
간 기증 수술 후기
후기…라고 해야 할까.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괴로운 과정이다.
아버지께 기증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그냥, 수술 받고 간 떼면 되지. ㅋㅋ 이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수술보다는 수술 이후가 문제였더라.
복합적인 괴로움이 단계를 밟아가며 날 괴롭힌다.
가족에게 기증을 하는 경우는 사실, 선택지가 굉장히 한정되지만… 잘 생각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겠다.
통증과 괴로움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어쩌면 수술 이후 이식을 받은 가족에 대한 미움이 생길지도 모를 정도의 고통이니까.
참, 간 떼고 나면 체중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아마도 몸이 붓고 하니까 체중이 안 줄어드는 모양이다.
그리고 회복하면서는 고강도의 운동도 못하고 음식은 잘 챙겨먹으니까 체중이 회복될 테고….
혹시라도 간 기증 수술 하면서 다이어트 효과를 조금이라도 기대한 사람이 있다면 기대를 접자.
간 기증 수술을 받으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여러 영화나 만화 등의 콘텐츠에서 배가 뚫린 사람이 잘 움직이는 거…?
아드레날린이 폭발적으로 나올 때나 가능하지 그 이후엔 불가능에 가깝다.
6인 입원 병실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기도 했다.
온갖 민폐를 끼치는 할아버지.
병원 말 안 들어서 결국 중환자실로 가게 된 아저씨.
주위의 입원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해주시는 보호자 아주머니.
나는 열이 39도라 필사적으로 호흡기를 사용하는데 은근히 시끄럽다고 눈치 주는 아저씨 등등.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나…?
어쨌든, 최종적으로 가장 뼈저리게 느낀 점은 건강이 제일이라는 것이다.
수술은 무조건 안 받을 수 있으면 안 받아야 된다.
너무 괴롭다.
게다가 돈도 많이 들고.
젊었을 때부터 건강을 신경쓰고 관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난 나중에 수술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상태가 되면 그냥 남은 여생 즐겁게 살다가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이제 수술을 끝내고 관리 단계에 들어섰다.
더 기간이 경과한 후의 내용은 글을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겠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시라.
확인이 되는대로 답변을 드리겠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