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 판 부산행이랄까?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 리뷰 (스포)
이 영화들을 만든 감독이라고 하면 훌륭한 제작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써커 펀치], [배트맨 대 슈퍼맨](블로금에서 배대슈 리뷰는 한 차례 한 적이 있다), [아쿠아맨].
위 제목들을 보면 ‘흐음….’ 하게 되는 감독이기도 하다.
바로 잭 스나이더 감독이다.
얼마 전 굉장히 이슈를 만들었던 영화, [저스티스 리그 – 스나이더 컷].
수많은 영화 관계자, 팬들로 하여금 스나이더가 처음 의도했던 저스티스 리그를 보고 싶어했다.
그리고 결국 그 소망이 이루어지고 기존에 개봉되었던 조스 웨던의 저스티스 리그와는 다른 [저스티스 리그 – 스나이더 컷]이 공개되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보고 후기를 쓸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남거든 적어봐야겠다.
어쨌든 원체 똥망이었던 영화였기에 스나이더 컷은 상당한 호응을 불러냈다.
내 생각엔 다시 보니 선녀 같다 효과인 것 같기도 했지만.
잭 스나이더 감독이 기대만큼 훌륭한 작품만 만들어내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DC 유니버스에 참여하면서 요상한 버릇이 생긴 듯하다는 것.
이 두 가지를 짚으려고 밑밥을 깔아봤다.
이제 [아미 오브 더 데드]에 대한 리뷰를 진행해보자.
참고로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알아두시라.
[부산행]과 [아미 오브 더 데드]
우리나라 영화에서 좀비라는 소재는 굉장히 마이너한 장르였다.
[부산행]이 흥행을 만들기 전까지는.
[부산행]이 터진 이후 [창궐], [킹덤], [#살아있다], [반도]와 같은 K-좀비물이 나왔다.
그래서 [부산행]을 잘 만들어진 좀비 영화라고 추억 보정하는 경우도 제법 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부산행]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만한 영화였다.
마치 잭 스나이더 감독처럼.
물론 영화에 대한 감상과 평가는 개개인마다 다를 테니까 내 생각이 반드시 옳다는 말은 아니다.
어쨌든 [부산행]과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이 공통점들을 같이 살펴보자.
프리퀄 애니메이션
먼저, [부산행]은 [서울역]이라는 프리퀄 애니메이션이 존재한다.
[아미 오브 더 데드] 또한 프리퀄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한다고 한다.
[서울역]은 [부산행]에서 기차를 감염시킨 여자가 좀비가 되기 전의 행적들을 보여준다.
[아미 오브 더 데드]의 프리퀄 애니메이션은 감염 초기 용병단이 라스베가스 내의 시민들을 구출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여기서 용병단은 아마도 스콧 워드(데이브 바티스타 分) 등의 등장인물들이 포함된 팀일 것 같다.
아버지와 딸
[부산행]에서는 공유가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는 딸이 바티스타를 죽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쨌든 좀비가 창궐하는 세상에서 부녀지간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ㅎㅎ;
ㅅㅍ…
신파는 K-콘텐츠의 전유물인 줄 알았건만….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도 괜시리 눈물 짜내려는 신파 구간이 존재하더라.
위에서 말한 아버지와 딸이라는 부분에서 불안하긴 했지만…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하지 않는가.
좀비물에서 가족 신파라고 하면 어떤 느낌일지 한방에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발암요소
솔직히 좀비 장르 콘텐츠에서 발암요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발암요소를 잘 활용한 것은 [부산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의 발암요소는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다.
[부산행]에서는 생판 남을 희생시킨다는 부분에서 공감이 갈 수 있다.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생판 남을 위해 지인과 가족들을 희생시키더라. ㅋㅋ…
어쨌든 두 영화 모두 발암요소 덕분에 다 엿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와 같은 공통점 때문에 [아미 오브 더 데드]를 잭 스나이더 판 [부산행]이라고 어그로를 끌어봤다.
이 외에 [아미 오브 더 데드]에 관한 내 생각, 평가를 더 이야기 해보겠다.
와! 이게 영화야, 드라마야? 응, 이도저도 아니야
영화라는 콘텐츠는 한 편으로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무슨 말이냐면, 아무리 후속작이나 프리퀄 작품이 있다고 해도 본 영화만 봐도 납득이 가도록 내용과 설정을 밝혀야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미 오브 더 데드]는 그렇지가 못하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DC 유니버스 영화를 찍다 보니까 시리즈물에 익숙해진 모양인데, 대놓고 보이는 떡밥을 풀었으면 그건 그 영화에서 어느 정도 해결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비슷한 모양새였다.
무슨 드라마 마냥 속편을 봐야만 전개가 이해되게끔 만들어놔서 영화를 다 보고도 찝찝하더라.
좀비의 시작은 어디서 왔는가?
외계인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 초반부에 51구역(미국의 음모론에서 외계인, UFO 관련 연구 시설 따위가 있다는 루머가 도는 곳) 관련된 대화도 있고 UFO 비스무리한 연출도 있으니까.
이건 [워킹데드]의 좀비가 외계와 연관되었다는 것과 유사하다.
[워킹데드] 역시 만화 혹은 드라마에서 좀비가 왜 생겼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워킹데드]의 경우 좀비의 근원이 중요하게 비춰지지 않은 콘텐츠였기에 작중에 밝혀지지 않았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아미 오브 더 데드]는 대놓고 의문스러운 장면들을 넣어놓고는 그에 대해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불만스럽다.
타임루프에 대한 이야기는 또 왜 하다 말어?
반데로가 금고 앞에서 자신들은 반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다 죽고 있는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대다수의 팀원들이….
근데 이 가설이 완성이 되려면 기다 아니다 결론을 내야 할 것 아닌가.
대충 그럴듯한 분위기만 풍기고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넘어가버리니까 맥이 빠지더라.
인간이 좀비로 변했는데 뜬금없이 로봇 좀비는 또 뭐야.
영화 곳곳에서 무슨 터미네이터처럼 눈이 빛나고 로봇 골격을 지닌 좀비가 나온다.
근데 이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니 아이고 답답해서 죽겠네.
이렇게 [아미 오브 더 데드] 한 편만 봐서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너무 많다.
액션은 나쁘지 않았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장점 중 하나가 액션 시퀀스를 잘 뽑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미 오브 더 데드]의 액션도 나는 나쁘지 않게 봤다.
넷상에 올라온 리뷰들을 보면 이 또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긴 하더라.
그래서 혹시 무쌍을 찍고 클리셰의 반전을 보여주나… 했지만 그것까진 아니었다.
기존에 좀비랑 싸워본 경험이 없다고 했는데도 대단한 실력을 보여줬다.
과거가 궁금해지는 캐릭터더라.
그 외에도 잭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슬로우모션을 활용한 액션이 많이 나온다.
와~ 하는 느낌이 들었던 액션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싸우는 파트에서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좀비랑 처음 싸워보는 체임버스가 보여준 액션에 비해 원래 실력자라는 설정인 인물들이 조금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쉽긴했다.
반데로는 전기톱을 많이 활용할 줄 알았더니 전기톱으로 별 거 하는 건 없더라.
캐릭터가 너무 많아
내 생각에 [아미 오브 더 데드]의 패착 중 하나는 캐릭터를 너무 많이 넣었다는 것이다.
온갖 인물들을 포함시키다 보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있어도 인상적인 인물은 없다.
덕분에 각 캐릭터들의 행동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면서 영화가 더욱 아쉬워진 것 같다.
쓸 데 없는 애들은 빼버리고, 너무 뻔한 클리셰는 제외시키면서 그에 희생될 인물도 방출했다면 중심이 될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설정에 아쉬움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사고가 너무 우연에 의해 생긴다.
아니, 미군의 중요 운송물을 옮기는 군인들이 잡담하느라 전방 주시를 못 했다?
그것도 야간에 맞은편에서 자동차가 오는 걸 못 봐?
맞은편 차가 중앙선을 침범했다고 해도 전조등을 켜고 있는데?
게다가 일반 승용차로 터트릴 정도의 차량으로 중요 운송물을 운반한다고?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뭐 이건 그렇다 치자.
주인공 팀은 목숨을 건 작전인데 너무 무계획으로 돌격하는 게 아닌가…?
의뢰주인 타나카가 전반적인 브리핑을 해준다.
그리고 따로 상의도 없이 다음날 라스베가스로 출발하더라.
?????
실력에 대한 자신감인가?
헬기가 있으면 어떤 종류인지, 지하에 돈이 쌓여있는데 그건 충분히 빼올 수 있는 양인지, 금고를 해체하지 못하면 플랜B는 있는지 등등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많지 않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알아서 되겠지 하고 출발해서 현장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이동 경로와 진입 방법을 알아내고 금고든 헬기든 데려간 인물한테 우린 널 믿어 ㅎㅎ; 하는 태도를 보인다니….
마치 대학교 조별과제 같다.
그래서 결과도….
감독님 그래서 이 영화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거 아니에요
흑막인 타나카쟝의 목표는 알파 좀비인 퀸의 머리통이라고 한다.
근데 퀸이 아니라 최초의 좀비, 제우스의 머리를 챙겨야 되는 게 아닌가…?
어쨌든 흑막이 다른 꿍꿍이속을 가지고 있다는 클리셰야 흔하다.
근데 이 꿍꿍이속이 납득이 가지 않는 꿍꿍이속이라는 게 문제다.
퀸 머리통을 챙기는 데에는 그리 큰 수고가 들지 않는다.
바티스타와 친구들을 불러다가 들여보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머리통도 챙기고 겸사겸사 돈도 들고 나오면 좋다였으면 모르는데 돈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
왜 주인공 일행을 고용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배경은 왜 라스베가스로 했지?
딱히 뭐 라스베가스 특유의 분위기나 특징을 살린 부분이 거의 없다.
아예 좀비랜드 놀이공원 씬처럼 신나게 슬롯도 돌리고 좀비 머리통으로 룰렛도 즐기고 하든지.
지하에 돈이 쌓여있다는 설정은 뭐 아무 지역이나 해놓고 은행이라고 하면 될 텐데 말이다.
아버지와 딸이 화해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을까.
잭 스나이더 감독이 [저스티스 리그]를 찍던 기간 중에 딸을 잃었다는 것은 상당히 유명하다.
때문에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 바티스타와 딸이 화해하는 장면을 만들고 적당히 신파극도 찍고 스스로의 위안도 삼으려 했던 건지도 모른다.
고 나무위키에서 봤다. ㅎㅎ;
근데 그런 이유에서였다고 하기엔 딸이 너무 발암캐잖아요….
딸이 아버지를 죽인 거나 다름이 없는데 그런 인물에 자신의 자살한 딸을 투영한다고?
아, 이건 좀….
결국 영화에서 남은 메시지가 없다.
아, 수용소에서 작은 권력을 휘두르던 아저씨가 권선징악 당하는 장면은 있었지.
그 외에는 그야말로 오락영화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찝찝한 오락영화.
내가 리뷰 처음엔 [부산행]과 비교를 했지만 사실 [서울역], [부산행], [반도]가 섞인 내용이다.
중심이 되는 플롯은 [반도]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알다시피 [반도]의 평은…. ㅎ….
[아미 오브 더 데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차마 추천을 하기 어려운 영화였다.
자고로 오락영화면 보는 내내 머릿속에 느낌표가 가득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물음표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변에 원수 수준으로 증오하는 건 아니지만 내 아이스크림을 훔쳐먹은 정도로 미운 사람이 있다면 [아미 오브 더 데드]를 권해주도록 하자.